가끔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방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마음에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다윗은 진심이었을 것입니다. 언약궤를 자신의 성으로 가지고 오는 것 말입니다. 그만큼 다윗은 그 일을 중요한 것이었고,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두 사람의 죽음으로 기쁨의 잔치가 한 순간 죽음의 공포로 휩싸이게 되었고, 다윗은 두려움보다도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분노했습니다. 그것이 자신을 향한 분노인지, 하나님을 향한 분노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틀림없는 사실은 다윗이 분노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처럼 마음을 다하고, 공을 들이고, 최선을 다하여 하려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현실에서 나오는 탄식이 아닐까 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다윗의 마음... 다윗의 분노에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것은 다윗의 마음일 뿐입니다.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호의를 받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윗의 호의의 행동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방식이 아닙니다. 호의는 고맙지만 그 호의를 받아들인다면 원칙이 깨집니다. 선한 것이 악한 것과 혼합됩니다. 거룩해야 하는 것에 불결함이 섞이게 됩니다. 언약궤의 문제가 아닙니다. 마음의 호의가 문제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의 마음을 무시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그러한 방식을 용납하면 잃어야 하는 소중한 것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나님께서 ‘꼭 그렇게 하셔야만 하셨는가?’라는 질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윗이 입은 상처가 무엇인지 알겠습니다. 죽은 두 사람의 죽엄 또한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지켜야 하는 소중한 것은 지켜져야 합니다. 그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