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론의 지혜자들의 역할은 ‘해석’에 있습니다. 삶이든지, 철학이든지, 정치와 경제이든지, 꿈이나 이상이든지... 그것들을 해석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살아갈 방향을 보여줍니다. 가장 지혜로운 길을 제시합니다. 왕의 지혜자들(박사, 술사, 점쟁이 등)의 역할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석할 수 있는 원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삶의 모습이든, 정치와 경제의 현재의 상황이든, 아니면 본문처럼 꿈의 내용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있어야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느부갓네살이 지혜자들에게 요구한 것은 꿈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꿈을 꾸었는지도 알아 맞추라는 것입니다. 느부갓네살의 이런 요구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한 억지 주장과 같은 것입니다. 지혜자들은 ‘신’이 보여준 것들을 근거로 ‘신의 뜻’을 말해주는 것인데 ‘신이 보여 준 것’ 자체를 말하라고 하는 것은 도무지 상식적이 않은 처사입니다. 그것을 알 수 있는 길은 한 가지 밖에 없습니다. 신이 왕이 꾼 꿈을 지혜자에게 직접 말해 주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바벨론의 지혜자들이 말합니다. 그것은 ‘육체를 가진 사람과 함께 살지 않는 신’만이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신들 중의 신’, ‘초월적 신’만이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 느부갓네살의 요구한 답은 아무도 알 수 없음을 말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 결과는 왕의 명령에 의한 ‘처형’입니다. 그것은 바뀔 수 없는 절대 권력자의 명령에 의한 것입니다. 왕의 명령은 모든 지혜자들의 운명을 결정하였습니다.

상식적이지 않은, 합리적이지 않은 절대 권력자의 이 무리한 요구 속에 다니엘과 그의 세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들 역시 절대 권력자의 권세 아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도 ‘처형’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들은 느부갓네살 보다 더 높은 분이 함께하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분’이 행하시는 일들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느부갓네살의 권세 아래 살아가고 있지만, 주권자이신 하나님과 함께하는 하나님의 백성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