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으로...’

이스라엘 군대가 의지했던 것입니다. ‘그것’만 있으면, ‘그것’과 함께 하면 이미 한 번 패전했던 암울한 상황도 단번에 역전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실재로 ‘그것’을 이스라엘 진영으로 가지고 오자 군사들의 사기는 단번에 바뀌어 하늘을 찌르는 듯 하였습니다. ‘그것’이 들어올 때, 이스라엘의 함성이 적(블레셋)의 진지까지 들렸고 적들은 심각할 정도로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싸워보지도 않았는데 마치 이스라엘 군대는 승리한 것 같았고, 블레셋 군대는 패배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언약궤’입니다.

패배 의식에 휩 싸였던 블레셋 군대에서 누군가가 소리 지릅니다. “대장부같이 되어 싸우라.” “우리는 막강한 블레셋 군사다. 수 많은 적들을 무릎 꿇게 한 전사들이다. 주눅들지 말라! 당당하게 맞서라!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마치 이 전쟁은 ‘그것’과 ‘대장부’의 전쟁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그것’을 의지하는 이스라엘과 ‘대장부의 각오’를 가진 블레셋과의 전쟁이 되어버렸습니다. 전투의 결과는 이스라엘의 철저한 패배로 끝이 납니다. ‘삼만 명’의 희생을 치러야 했던 전투였습니다. 결국 ‘대장부’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왜 ‘하나님의 언약궤’를 의지했던 이스라엘 백성이 패배했을까요? 이스라엘 군대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언약궤’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의 행위가 아닌 ‘그것’을 의지하는 종교적 행위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그것’ 자체에서 발현될 것이라고 믿는 신비한 능력을 의지하는 미신적인 행위였을 수도 있습니다. 언약궤는 있지만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언약궤는 있었지만 하나님과 함께 하지 않았습니다. 언약궤는 있었지만 주님의 뜻을 묻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것’만 있으면 된다는 믿음으로 포장된 비신앙적 의도만 있었을 뿐입니다.

우리는 ‘기독교’라는 종교를 믿는 것이 아닙니다. 그 종교가 담고 있는 하나님을 믿는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장식품이 아닙니다. 가슴에 새겨진 진리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신비한 세계 속의 어떤 것을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하게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말씀을 믿는 것입니다. 성도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허상을 좇아가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살아계시고 지금도 동행하시고 역사하시는 예수님을 좇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궤’가 보여주는 하나님의 임재와 동행을 신뢰하는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