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그곳의 분위기는 험악했습니다. 아니 분위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군대까지 동원된 상황입니다. 별빛조차 없는 한 밤 중에 횃불과 무기를 들고 예수님을 체포하기 위한 목적으로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앞으로 어떤 일을 당할지를 다 알고 계셨습니다.(4절) 어떤 고난을 겪으실지, 어떤 죽음을 맞이하실지…. 누구라도 그런 상황과 고통스런 미래 앞에서 숨고 싶고, 피하고 싶을 것입니다. 아무도 스스로 고통 속으로 자신을 몰아넣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날 밤, 그곳에서, 자신을 체포하기 위해 온 사람들에게 자신을 분명하게 드러내셨습니다. ‘내가 그니라![I am he]’(5, 8절) 예수님께서는 피하지 않으셨습니다. 폭력 앞에 자신을 나타내셨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스스로 가셨습니다. “아버지께서 주신 잔”을 거절하지 않으셨습니다.(11절) ‘내가 그니라’라는 예수님의 자백은 예수님의 순종을 말합니다.

‘내가 그니라’라는 주님의 자백 속에는 제자들을 향한 마음도 있습니다. “나를 찾거든 이 사람들이 가는 것은 용납하라” 예수님 자신만 체포하고 나머지는 풀어줄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예수님에게 주신 자 중에 한 사람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으셨습니다.” 당황과 두려움 속에서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제자들을 끝까지 보호하십니다. 십자가의 험한 길을 가면서도 제자들을 생각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그들이 모두 예수님을 버릴지라도, 그들이 자신을 부인할지라도 예수님은 제자들을 사랑하시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내가 그니라’ 나 대신 십자가를 지러 가시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