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신 창조주이시고, 절대적인 주권을 가지신 주권자이시며, 진리와 인애로 통치하시는 왕이십니다. 그래서 성경은 하나님의 왕되심을 그 어떤 권세도 비교할 수 없는 왕이시라는 의미로 ‘만왕의 왕’, ‘만주의 주’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억울한 누명으로 빌라도 법정에서 서신 왕이신 예수님에 대한 요한의 묘사는 그런 왕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왕이었습니다. 예수님은 만왕의 왕이심에도 그에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빌라도의 재판정에서의 예수님은 강도보다 못한 왕이었습니다.(8:40) 예수님은 조롱받는 왕이셨습니다.(9:2-3, 5) 예수님의 주권은 세상의 권세 앞에 굴복된 것처럼 보였습니다.(9:10) 무엇보다도 그 왕이 세상에 오셨지만 자기 백성에 의해 거부되었고(9:14-16) 그 백성에 의해 사형당하셨습니다.

그러나 요한은 그런 낮아지신 왕의 모습을 기록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조롱당하고 심지어 사형당하신 왕을 섬기고 믿고 있는 것에 대한 자부심조차도 느껴집니다. 요한은 왕이 스스로 낮아지셨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왕의 고난과 죽음은 죄인을 향한 왕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왕의 겸손은 죄인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놀라운 은혜임을 경험하였기 때문입니다. 왕의 죽으심은 왕은 은혜의 어떠함을 보여 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왕이신 예수님께서 스스로 낮아지심을 통하여 하나님의 은혜의 깊이가 어떠한지를 우리에게도 보여주십니다. 겸손한 왕이신 예수님은 여전히 우리의 왕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