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몬과의 전쟁에서 입다가 승리했습니다. 승리의 원인이 무엇일까요? 본문은 승리의 원인을 마치 입다의 서원의 결과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입다의 서원이 무엇입니까? ‘나를 영접하는 그를 번제물로 드리는 것’입니다. 너무나 애석하게도 입다의 서원에서의 번제물은 사람입니다. 입다가 이런 서원을 할 때, 집 문에 영접하는 존재를 짐승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영접하는 것은 ‘사람’일테니 말입니다. 물론 입다는 자신의 딸이 영접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집안의 누구일 것이라는 것 – 아마도 종들 중의 한 사람 – 이라고 예상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을 번제물로 드리는 것을 서원으로 받으시고 하나님께서 승리를 주신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방 종교의 인신제물을 가증히 여기시고,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서는 매우 엄격히 금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입다에게 그런 번제물을 요구하시지 않으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입다의 딸이 영접한 것을 하나님의 섭리나 인도하심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입다는 종교적 열심을 가지고 서원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서원은 사사기의 전형적인 특징인 ‘자기 소견에 좋은 데로’의 모습입니다. 입다에게 있어서는 ‘자기 소견에 좋은 데로 행하는 영역’이 종교적 영역에서 발휘된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인지, 기뻐하시는 것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내 줄만한 헌신과 열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하나님의 기뻐하심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입다처럼 ‘자기의 소견에 좋은 데로’의 하나님과 상관없는 종교적 행위만 될 뿐입니다. 이와는 정반대의 현상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의 수준을 우리의 수준과 우리의 생각으로 변질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원하심의 내용을 내가 원하시는 수준으로 낮추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저 내 소견에 좋은 것이 하나님께서도 좋아하시겠지, 이해하시겠지 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 또한 사사기의 전형적인 ‘소견에 좋은 데로’의 모습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들은 ‘각자의 소견’이 기준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기준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