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만 있습니다. 아니 이 ‘혼란’도 ‘혼란’을 일으키고, 그 안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모릅니다. 이 ‘혼란’은 하나님의 시각에 있는 ‘혼란’이고, 성경을 읽는 독자들이 보는 ‘혼란’일 것입니다. 성경 안에 기록된 그 시대,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혼란’ 속에 있는다는 것을 알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자신들은 꽤나 하나님을 잘 믿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표면적으로는 종교적 언어를 사용하고, 종교적 행위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은을 아들이 도적질합니다. 아들이 훔쳐간 줄 모르고 어머니는 ‘도둑’에게 온갖 저주를 쏟아 붙습니다. 그 저주가 두려워서인지 아들은 결국 자백합니다. 신앙적 양심의 찔림 때문이 아닙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자백한 아들을 여호와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틀림없이 매우 신앙적인 모습으로 비춰집니다. 하지만 이내 실망을 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호와는 사라지고, 아들이 돌려준 은으로 신상을 만들어 집안의 신으로 섬깁니다. 미가의 집에 신당이 생겼고 에봇과 드라빔을 만들어 아들 중 하나를 제사장으로 만듭니다. ‘에봇’은 제사장들이 입는 옷이고, 드라빔은 우상입니다. 제사장은 오직 레위지파 중에서도 제사장 지파에서만 세워집니다. 미가의 아들들은 처음부터 제사장의 자격이 없습니다. 어떻게 ‘에봇’과 ‘드라빔’이 같이 있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에브라임 지파에서 제사장직을 감당하게 됩니까? 제사장이라는 신앙적 모습은 있지만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유다 지역에 있는 제사장이 자신의 지역을 벗어나 에브라임 지파가 있는 지역으로 갑니다. 그리고 미가의 집안의 제사장이 됩니다. 그렇게 했던 이유는 ‘은 열과 의복 한 벌과 먹을 것’ 때문입니다. 그것에 만족하여 기꺼이 한 집안의 제사장이 됩니다. 미가는 그 레위인을 거룩하게 구별하였습니다. 하지만 제사장이지만 제사장이 아닙니다. 구별되었지만 구별된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성경을 보는 독자는 ‘혼란’스럽습니다. 미가의 가정이 믿음이 있는 가정인지, 아니면 하나님을 모르는 이방인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저주와 축복이 한 입에서 나옵니다. 여호와 하나님과 우상이 같이 언급됩니다. 에봇과 드라빔을 같이 사용합니다. 에브라임 지파 사람도 레위지파 사람도 제사장이 됩니다. 레위 제사장이지만 하나님을 위한 제사장이 아닙니다. 그저 고용된 제사장입니다. 거룩하게 구별 되었지만 하나님에 의해 구별된 것이 아닙니다.

‘혼란’의 원인은 ‘혼잡’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자신의 소견이 섞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혼잡 되었음을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혼잡 속에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은 ‘혼란’스럽지 않습니다. 어쩌면 내가 혼잡스럽고, 혼란하지 않아도 ‘혼란’할 수 있습니다.

성도의 삶은 단순해야 합니다. 내 소견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