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가와 미가의 제사장, 그리고 단 지파의 모습 속에서 볼 수 있는 살아가는 원리가 있습니다. 단 지파가 미가의 집에 찾아와 제사장에게 물은 것은 ‘자신들이 가는 길에 대한 형통’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인도하시는지를 물었습니다. 단지 그것만이 유일한 신앙적 모습일 뿐입니다. 아니 신앙적 모습처럼 보이는 것 뿐입니다.

나머지의 모든 성경의 표현은 ‘힘의 논리’입니다. ‘크고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 즉 ‘탐욕의 논리’입니다. 힘을 가진 자가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단 지파의 점탐꾼이 미가의 제사장에게 처음 물은 것은 ‘그에 대한 미가의 처우’였습니다. 다섯 명의 점탐꾼으로는 미가에게서 아무 것도 가져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무기를 갖춘 단 자손의 육백 명이 함께 왔을 때는 달랐습니다. 그들은 미가가 없는 틈을 타서(미가가 있었어도 달라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새겨 만든 우상(목상)과 에봇, 그라빔과 부어 만든 우상(금속 우상)’을 거리낌 없이 가져갔으며 미가의 제사장까지 데려갑니다. 미가의 제사장 역시 개인 가정의 제사장으로 있는 것보다 한 지파의 제사장이 되는 것이 훨씬 좋아보였기 때문에 기꺼이 단 지파를 따라갑니다. 단지 그 이유들뿐입니다. 거기에는 이전에도 그랬지만 어떤 신앙적 요소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율법에 합당한 것인지 그렇지 않으지 살펴보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도 좋은지 하나님께 묻지도 않습니다. 그저 자기 소견에 좋은 대로 합니다. 힘으로 모든 것을 이루려고 합니다. 힘으로 탐욕을 채우고 있을 뿐입니다. 자신에게 유익한 것이라면 획득하는 방법은 아무렇게나 해도 될 뿐입니다.

미가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이웃 사람들을 모아가지고, 즉 힘을 갖추고 단 지파를 좇습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무력 앞에 그저 항변할 뿐입니다. 그 때 단 지파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네 목소리를 우리에게 들리게 하지 말라!” 이것이 단 지파의 반응입니다. 미가는 힘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반대로 미가가 단 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자신의 것을 빼앗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합당한 손해배상까지 요구했을 것입니다.

단 자손이 받은 땅은 지금 단이 차지하려고 하는 북쪽의 ‘한가하고 걱정 없이 사는 백성’의 땅이 아닙니다. 제비 뽑은 땅은 자신들의 가진 힘으로 정복할 수 없어서 자신들의 힘으로 가능한 곳을 찾아 먼 길을 돌아 온 것일 뿐입니다.

그렇게 해서 단 자손은 계획했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목상과 은상과 에봇과 드라빔, 제사장과 그리고 살아갈 수 있는 평화로운 땅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모든 것을 갖추고 ‘믿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님과 상관없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단지 그것일 뿐입니다.

사사시대의 실제적 삶의 원리는 신앙적 원리가 아닙니다. 단지 힘의 논리일 뿐입니다. 탐욕의 원리일 뿐입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데로 살아가는 원리일 뿐입니다. 하나님의 뜻과는 상관없이 살아갈 뿐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습니다. 신앙은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일 뿐입니다. 신앙적 언어를 사용하면 충분합니다. 사용하는 언어대로 살 필요는 없습니다. 최소한의 신앙적 형식만 갖추면 됩니다. 거기에 열심을 낼 필요는 없습니다. 신앙적 열심이 더 많은 것을 갖출 수 있게 만든다고 믿지도 않습니다. 힘이 있으면 됩니다. 하나님의 말씀과는 상관없는 내 생각이 관철되면 족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의 도움이나 인도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저 ‘있으면 좋고...’ 정도의 것만 될 뿐입니다. 하나님께 내 요구를 일방적으로 요구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하나님에게 들려오는 말씀은 그저 부담스런 잔소리처럼 들릴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내 삶을 보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나의 신앙을 어떻게 볼까 그것이 더 중요할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의 수준이 아닌 모두가 비슷한 그 수준만 보여주면 됩니다.

사사기는 끝없는 반복과도 같습니다. 전체를 볼 수 있는 오늘날 독자의 눈으로 보면 그 반복에도 끝은 있지만,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계속되는 반복 속에 살아가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결국 하나님을 향한 끝없는 불순종과 불신앙에 따른 결과에 대한 반복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그것이 있게 한, 원인을 만든 불순종의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누구라도 원하지 않는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내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비하신 하나님은 끝없는 불순종 반응 속에서도 끝없는 자비와 사랑을 보여주십니다. 징계와 심판도 회복하게 하시기 위한 은혜의 수단일 뿐입니다. 그러니 불순종과 불신앙의 결과는 ‘믿는 척하는 성도’가 책임질 뿐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것 같지만 하나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끝없는 반복의 고리를 끊는 것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반응하는 신앙적 삶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