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막을 만들 때 사용했던 나무는 조각목이라는 나무입니다. 영어 번역본에는 아카시아 나무(acacia wood)로 번역했고, 실제로는 싯딤나무라고 불리는 나무입니다. 궁전을 건축할 수 있는 백향목처럼 하늘 끝까지 곧게 뻗은 훌륭한 나무가 아닙니다. 강수량이 적은 척박한 광야에서 메마른 땅을 뚫고 견디며 자라는 나무입니다. 그렇게 자란 조각목은 황량한 광야에서 때로는 나그네의 쉼터가 되어 주기도 하고, 이정표의 역할도 하는 나무입니다. 나무의 생김새도 땅 위로 나온 부분 보다는 뿌리가 더 길고, 땅 위로 자란 부분도 구불구불하게 자라기 때문에 통째로 사용할 수 없고, 조각을 내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각목은 짧은 우기의 작은 빗물을 가지고 워낙 느리게 자라기 때문에 수분이 거의 없고 벌레가 스며들지 못할 정도의 조밀함을 가진 장점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금은과 놋, 등유와 관유, 청자홍색실과 붉은 물들인 숫양과 해달의 가죽과 함께 이 조각목을 성막의 재료로 사용하라고 하셨습니다. 광야에서 성막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조각목 밖에는 사용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조각목으로 법궤, 진설병 상, 제단, 성막의 벽과 기둥 등을 만들었습니다. 광야에서 흔히 보이는 나무, 구불구불 굽어서 건축자재로는 적절하지 않은 나무, 조밀해서 작업하기도 쉽지 않은 나무인 조각목이지만 성막의 중요한 재료가 되었습니다.

조각목과 같은 인생도 성막으로 세워질 수 있습니다. 광야에서의 자란 나무처럼 거친 인생을 보냈어도 얼마든지 성막으로 세워질 수 있습니다. 구불구불 휘어져 있는 조각목처럼 여러 단점들로 얼룩진 인생이지만 잘 다듬어서 거룩한 계명을 담는 법궤가 될 수 있습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색 없는 조각목처럼 평범한 인생이지만 거룩한 떡을 올려놓는 상이 될 수 있습니다. 조각목 같은 인생이지만 불살라 드리는 향기로운 제물을 태울 수 있는 제단이 될 수 있습니다.

조각목도 성막으로 세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