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서 히브리 백성들이 입고 있는 옷은 헤지지 않는 옷이지만 옛날 애굽에서 종살이 할 때 입었던 옷으로 결코 좋은 옷이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그런데 광야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아무나 입을 수 없는 최고의 옷을 만들었습니다. 청색과 자색과 홍색과 가늘게 꼰 베 실로 정교하게 짠 옷감으로 만든 옷입니다. 심지어 그 옷감은 금실까지 엮어서 만들었습니다. 당시에 일반적으로 입고 있지 않은 속옷까지 제작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 온갖 보석으로 치장합니다. 호마노로 두 개의 어깨받이 붙이고 12개의 보석으로 흉패를 만들어 가슴부분에 붙였습니다. 금으로 테를 만들고 순금으로 두 개의 사슬을 만들에 그 테에 달았습니다. 겉옷 가장자리로 돌아가며 석류를 수놓고 금으로 방울을 만들어 달았습니다. 도장을 새기는 방법으로 만든 패를 전면에 붙은 관(모자)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옷은 아무나 만들 수 없고, 아무렇게나 만들 수 없는 최고의 예술 작품입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최고가의 옷입니다. 아무나 입을 수 없는 화려함을 극치를 보여주는 옷입니다. 그리고 그 옷에 이름을 붙습니다. ‘거룩한 옷’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누가 그 옷을 입을 자격이 있는 것일까요? 그 옷은 오직 “아론과 아론의 아들들”만 입습니다. 히브리인의 지도자들인 장로들은 입을 수 없습니다. 히브리인들을 애굽의 압제에서 꺼내고, 광야의 척박한 길에서 인도하고 있는 민족의 영웅인 모세조차도 입을 수 없습니다. 오직 ‘아론과 아론의 아들들’만 입습니다.

‘아론과 아론의 아들들’이 무슨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그만한 공로를 세웠거나, 백성들 사이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집안이기 때문에 입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도 백성들 사이에서 평범한 가문일 뿐입니다. 물론 민족의 영웅인 모세를 동생으로 두었고, 출애굽의 사건에 큰 역할을 한 측면도 있지만 그것 때문에 ‘거룩한 옷’을 입을 자격이 생긴 것이 아닙니다. 그 옷을 입을 자격이 생긴 것은 한 가지 이유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제사장’이라는 매우 특별한 자리로 부르셨기 때문입니다. 제사장으로 부르셨기 때문에 ‘거룩한 옷’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룩한 옷’을 입었기 때문에 ‘제사장’의 역할을 해야만 합니다.

성도라고 불리는 우리도 매우 특별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희생’이라는 씨실과 ‘예수님의 사랑’이라는 날실로 매우 정교하게 짜서 만든 옷감으로 만든 옷입니다. ‘은혜’와 ‘인도’와 ‘보호’와 ‘승리’와 같은 보석을 달아 만든 옷입니다. 예수님의 영광이라는 속옷으로 우리의 수치를 가리셨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거룩한 옷’을 입을 수 있었습니까? 그 옷을 입을 만한 자격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공로가 있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 옷에 어울리는 신분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우리의 능력과 실력으로 획득한 옷이 아닙니다. 우리가 그 옷을 입을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를 근거로 죄인인 우리를 부르시고, 구원하시고, 하나님의 자녀라는 거룩한 이름을 주셨기 때문에 ‘그 옷’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와 합하기 위하여 세례를 받은 자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느니라”(갈 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