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에'는 단순한 시간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 때의 상황도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세상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따랐고,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구조적으로 혼자 다 하실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 때’ 예수님은 함께 할 동역자들을 택하십니다. 그리고 그 직분의 이름을 ‘사도’라는 아주 특별한 이름을 주십니다.

놀라운 것은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택하실 때 대상의 조건을 보시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보아도 각 제자들을 부르실 때 어떤 조건에 부합되었기 때문에 부르시지 않으셨습니다. 사도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찾아가서 사도로 부르셨습니다. ‘지식’을 보시지 않으셨습니다. ‘신분이나 명성’을 보셨다면 그들은 사도가 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사람들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셀롯(열심당원)은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주님의 부르심의 목적과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사도가 되리라고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믿음’은 어떨까요? 유일한 조건으로 ‘믿음’을 보셨을까요? 누가 그럴만한 믿음이 있었던 사람들이었습니까?

예수님께서 제자를 택하실 때 대상의 조건을 보시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준비하셨습니다. 사도를 택하실 때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만 준비하셨습니다. 그것이 유일한 조건이었습니다. ‘밤을 새도록 기도하신 후’에 제자들을 택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동역자(사도)을 택하시기 위한 유일한 조건은 예수님의 기도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기도로 세워진 제자들의 면면이 어떤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 예수님을 노예 한 사람의 가격으로 팔아치운 가룟인 유다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고난의 현장에서 그 고난을 보면서 세 번이나 부인했던 베드로가 있습니다. 제자들 사이에는 언제나 ‘누가 높은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라는 경쟁이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잡히시던 그 때 모든 제자들은 예수님을 홀로 남겨두고 도망쳤습니다. 이렇게 보면 예수님은 사람을 보는 눈이 없으셨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런 사람들을 ‘사도’로 택하셨는지 모릅니다. 전부 낙제할 사람들을 부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도를 택하실 때 ‘사람을 보시지 않으셨습니다.’

주께서 우리를 부르실 때 우리의 조건을 보시지 않으셨습니다. 낙제할 것을 분명히 알고 계셨음에도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같은 사람도 택하심을 입었습니다. 너무 황송하게도 ‘목사’라는 직분을 가지게 하셨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오늘도 낙제 점수를 손에 들고 예수님의 부르심 앞에서 눈물을 흘릴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