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고 선대하며 아무 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 주라”

오늘 하나님의 말씀은 불편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성품과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성품은 원수를 미워하는 것이 편합니다. 나를 미워하는 자를 무시하는 것이 편합니다. 나를 저주하는 자에게 똑같이 저주하고, 모욕하는 사람에게 더 심한 모욕을 주는 것이 편합니다. 내 뺨을 치면 똑같이 때려주고 싶고, 내 것을 빼앗는 자을 끊어버리고 싶습니다. 그것이 때로는 ‘공의’와 ‘정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원수가 마땅히 받아야 하는 처벌로 생각되어집니다.

더 대접을 받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저 내게 해준 대로만 해 주고 싶을 뿐입니다. 나에게 선대하면 선대하고, 나를 대적하면 대적하고 싶을 뿐입니다. 나를 좋아해주면 좋아하고 나를 미워하면 멀리하고 싶을 뿐입니다. 내 본성은 그게 편합니다.

오늘 주신 말씀은 너무 불편합니다. 원수에 대해 반응하지 않고 그냥 무시해 버리는 것도 잘하는 것인데 오히려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미워하는 자를 미워하지 않아도 잘하는 것인데 오히려 선대하라고 하십니다. 저주하는 자를 똑같이 저주하지 않아도 잘하는 것인데 오히려 축복하라고 하십니다. 빼앗긴 것을 억지로 찾지 않아도 잘하는 것인데 오히려 더 주라고 하십니다. 때리는 자를 용서하는 것이 용기인데 오히려 더 맞으라고 하십니다. 솔직히 저의 본성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습니다.

받은 대로 돌려주는, 똑같이 반응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원수를 사랑하는 것까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내 다른 뺨을 내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내 겉옷을 빼앗아간 사람에게 속옷까지 내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주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오히려 축복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나의 본성입니다. 그렇게 한다고 내 마음이 개운하지는 않겠지만, 원수를 사랑하는 것보다는 편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저에게는 ‘비판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정죄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용서하라’고 하십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지 않는데 나만 그렇게 살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마땅히 비판받을 만한 짓을 하고, 죄를 짓고 살아 그것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데 그것조차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용서하라고 하십니다. 솔직히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표나게 비판하고 정죄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마음속으로는 비판하고 정죄하고 싶습니다. 겉으로만 용서하는 척만 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나의 본성입니다.

그런데 더 힘든 것이 있습니다. 원수조차도 사랑하라고 하셨는데, 가까운 사람에게 조차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더욱 힘듭니다. 그것이 나의 모습입니다.

주님의 말씀 앞에 오늘도 고민합니다. 힘겹게 나 자신과 싸웁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것들을 곰씹으며 나 자신을 쳐서 복종시키려고 애씁니다. 내 속의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