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이 맹인을...”

맹인이 맹인을 인도할 수 없습니다. 모두 앞을 볼 수 없는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면 둘 다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상식과 같은 당연함입니다.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나는 맹인이 아니야’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아니 적어도 ‘그 정도는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목사’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맹인일까요?

첫째는 선생이 맹인일 수 있습니다.(40절) 맹인인 선생이 제자를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하게 된 사람이 선생이 되어 인도할 수 있습니다. ‘선생’이라는 직함이 사람을 인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직함은 나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타인을 위한 것입니다. ‘목사’(장로, 집사, 부모 등등)는 자신을 위한 직분이 아니라 ‘교회와 성도’를 위한 직함입니다. 자신만을 위한 직함이라면 굳이 ‘목사’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목사라는 직함이 제자를 인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온전한 목사’가 제자를 인도합니다.

둘째는 맹인은 ‘눈에 들보가 있는 사람’입니다.(41절) 그 사람은 ‘눈에 티가 있는 사람’에게 ‘내가 티를 빼 주겠다.’라고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들보가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들보가 있는 것조차 모르는 외식주의자입니다. 겉으로는 가장 경건해 보이지만 안은 썩어 있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의 티보다는 먼저 자신을 살펴야 합니다. 정직하게 자신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는 못된 열매를 맺는 사람입니다.(43절) 선한 열매이든 못된 열매이든 그 나무가 중요합니다. 어떤 나무인가에 따라 열매가 달라집니다. 못된 사람이 못된 열매를 맺습니다. 못된 열매를 맺은 사람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못된 열매를 맺는 사람이 되지 않았습니다. ‘쌓은 악’ 때문입니다. 그것 때문에 못된 사람이 되는 것이고, 못된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못된 열매를 맺게 됩니다. ‘무엇을 쌓는가?’에 따라 선한 열매를 맺는 선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악한 열매를 맺는 악한 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악한 자는 악한 것밖에는 볼 수 없기 때문에 누구를 선한 곳으로 인도할 수 있는 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저 ‘맹인’에 불과합니다.

넷째는 맹인은 행함이 없는 고백만 있는 사람들입니다.(46절) 그런 사람에 대해 성경은 주추가 없는 집처럼 기초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큰물이 왔을 때 주추 위에 놓인 집처럼 요동하지 않는 집이 아닙니다. 그저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 갈뿐입니다. 기초가 없는 사람이 누군가를 인도할 수 없습니다. 그의 가르침은 그저 공허한 외침만 될 뿐입니다. 신앙에도 기초가 중요합니다. 기본이 중요합니다. 행함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온전한 사람이 되어 누군가를 인도할 수 있게 됩니다.

맹인이 아니라고 쉽게 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직함’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선생’이 되려면, 선한 영향력을 미치려면, 신앙의 영향을 미치려면 내 눈에 들보(외식)을 빼어내야 합니다. 선함을 쌓는 선한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입으로만의 고백이 아닌 삶에서 신앙의 기초를 든든히 만들어야 합니다.

제자를 인도하기 여전히 부족하지만 조금씩 눈이 뜨여지기를 원합니다. ‘온전한 목사’의 모습으로 조금씩이라도 그 모습을 갖추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