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궤를 동원했는데도 패배했습니다. 이스라엘 군대는 큰 살육을 당해야 했으며, 그 기세 앞에 오합지졸처럼 도망쳤야 했습니다. 제사장 두명은 전사했으며, 무엇보다 절대로 빼앗겨서는 안 되는 언약궤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전쟁에서 패하고 언약궤를 빼앗긴 이 소식이 본토에 전해지자 온 성은 슬픔으로 부르짖었고, 이 소식을 들은 사사이자 제사장인 엘리는 돌연사로 죽었습니다. 전장에서 전사했던 제사장 중의 하나인 비느하스의 아내가 때마침 출산하였음에도 그것은 모두를 기쁘게 하는 일이 되지 못했습니다. 산모는 그 아이를 ‘이가봇’이라고 이름짓고 그도 불행하게도 죽고 말았습니다.

‘이가봇’은 ‘영광이 없다.’라는 뜻입니다. 정말 하나님의 백성에게서 영광이 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영광스런 이름이 이방신의 민족에게 짖밟혔습니다.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들들인 수만 명의 사람이 칼날 아래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도자는 돌연사했고, 후계자들은 전사했습니다. 이제는 하나님의 임재요, 동행인 ‘언약궤’도 빼앗겨서 없습니다. 그리고 찾아올 힘도 없습니다. 하나님의 성에는 슬픔의 부르짖음으로 가득합니다.

사실 이스라엘이 겪는 ‘이가봇’은 ‘이가봇’이 ‘이가봇’을 낳은 것일 뿐입니다.

이미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영광은 없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그들의 삶의 중심에서 사라져 가고 있었습니다. 신앙과 믿음은 희미해져 갔고, 하나님의 말씀은 더 이상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사모하지 않았고, 하나님께 올리는 기도의 향도 피어올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형식적인 예배가 마음의 예배의 자리를 대신하였고, 예배를 주관하는 제자장들도 예배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미 ‘이가봇’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가봇’의 결과가 ‘이가봇’이 되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