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광야의 은밀한 곳에서 친우를 만났습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채로 도망 다녀야 했던 다윗에게는 그 짧은 만남이 어쩌면 유일한 위로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요나단의 처지도 쉽지 않습니다. 목숨처럼 사랑하는 친우와 왕인 아버지 사울 사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분노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몸은 편할지 모르지만 누구보다도 심하게 마음고생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황무지 은밀한 곳에서 사람의 이목을 피하며 만난 자리에서 요나단이 다윗에게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말게. 내 아버지는 자네를 건드리지 못할 걸세. 자네는 이스라엘 왕이 되고, 나는 자네 다음 가는 사람이 될 걸세. 내 아버지인 사울도 이 사실을 알고 계시네.”(17절) 요나단은 다윗이 하나님 안에서 강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주었습니다.(16절) 요나단의 마음이 절절하게 울립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지만 그의 가슴은 썪어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다윗의 손을 잡고 격려하는 그의 눈빛 깊은 곳에서는 아픔을 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나단이 선택한 것은 아버지 사울도, 친우인 다윗도 아닌 하나님의 뜻이었습니다.
다윗은 요나단을 만나 장차 일어날 일들에 관한 것들을 들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왕이 된다고 합니다. 사울이 아무리 강해도 절대로 건드릴 수 없다고 합니다. 심지어 자신을 좇고 있는 사울 왕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합니다. 아니 다윗 자신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사무엘에게 기름부음을 받을 때부터 주지하고 있었던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두려웠습니다. 험한 황무지의 삶이 쉽지 않습니다.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장소가 없습니다. 그러나 다윗이 의지했던 것은 ‘하나님의 뜻’이었습니다. 그런 하나님의 뜻을 요나단이 다시 말해 주어서 고마웠습니다.
요나단은 자기의 집으로 돌아가고 다윗은 여전히 황무지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요나단의 왕궁이나, 다윗의 황무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윗이든 요나단이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뜻(말씀)’입니다. 그들의 무너진 마음을 세우는 것은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그들이 버틸 수 있는 힘은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약속들은 결코 사라질 수 없는 그들의 소망으로 그들의 마음에 소중하게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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