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자와 우매자의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 확률적으로 그리고 일반적으로 지혜자의 삶이 우매자의 삶보다는 더 나을 것입니다. 조금 더 큰 집, 조금 더 맛있는 음식, 조금 더 좋은 차, 조금 더 좋은 주거 환경 등. 그런 삶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삶을 꿈꾸며 오늘도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전도자의 눈으로 보기에는 지혜자나 우매자나 똑같이 보이나 봅니다. 아니 차이는 있지만 결국 동일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나 봅니다. 전도자는 크게 3가지 측면에서 그것을 주장합니다. 첫째는 ‘당하는 일’이 같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희노애락을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동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경험하는 삶의 경험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좁은 의미로는 특별한 삶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시각을 넓혀 보면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영원토록 기억’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위인들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 기억조차도 그의 업적이나, 교훈들이지 ‘그 사람’ 자체를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조차도 없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함으로 결국 끝이 날 것입니다. 지혜자이든 우매자이든 결국 사라질 인생입니다. 셋째는 누구도 ‘죽음’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점입니다. 의료와 과학의 발달로 조금 더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지혜자들은 가지고 있는 지혜로 조금 더 장수할 수도 있습니다.(그것 또한 개연성을 가진 것이지만...) 지혜자의 죽음이나 우매자의 죽음은 같습니다. 장례식의 규모는 다를지는 몰라도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결국입니다. 영원이라는 시간 속에서 보면 지혜자의 인생이나 우매자의 인생이나 ‘찰나’에 불과할 뿐입니다.

우리는 이런 말씀에 대해 자꾸 항변합니다. 지혜자의 삶이 어떻게 우매자의 삶과 같을 수가 있느냐고... 조금 더 안락한 삶과 조금 더 비참한 삶이 어떻게 똑같이 ‘헛될 것’일 수 있느냐고... 전도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의 경험 앞에서 겸손해야 합니다. 전도자가 진짜 전하고 싶은 핵심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혜자의 삶 조차도 ‘헛된 것’으로 여겨질 만큼의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이 있음을 이야기해 주고 싶은 전도자의 심정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찰나’의 시간 속에 붙들려서 ‘영원’을 잃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조금 더’에 붙들려서 ‘완전함’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이 세상’이 전부라는 생각 때문에 ‘그 세상’을 잊어버려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