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 요한이 메시아의 길을 준비한 후에 드디어 사람이 되신지 30여년 만에 예수님께서 사람들 사이에 나타나셨습니다. 하나님이 사람이 되셔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을 더욱 분명히 하시는 공적인 사역을 시작하십니다.

그런데 그 시작이 세례받으심과 광야에서 40일 금식하며 시험받으심입니다. 다른 중차대한 사역이 얼마든지 많으셨을 것입니다. 죄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하여야만 하는 사역도 얼마든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모든 사역에 앞서 마치 가장 중요한 것처럼,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처럼 ‘세례와 시험 받으심’부터 시작하셨습니다. 그것은 표면적으로는 개인적인 일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세례와 시험 받으심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공생애를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 땅에 고난받는 메시아로 오신 ‘목적’과 ‘자기 정체성’입니다.

첫째, 예수님의 세례는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 되심을 보여줍니다. 요한에게 회개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과 동일시하는 대속적 세례입니다. 예수님은 자발적으로 ‘희생(대속) 제물’이 되셨습니다. 그것은 겸손이고, 순종이며, 결단이자 헌신의 표현입니다.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다시 한 번 그것을 재확인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부 하나님으로부터 ‘사랑하는 자요, 기뻐하시는 자’라는 음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이런 자발적 순종은 우리들에게도 있어야 합니다. 그 때 우리도 하나님의 칭찬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예수님의 시험 받으심은 자기 정체성의 종요성을 보여줍니다. 광야에서 40일 동안 금식하시는 예수님께 사탄은 집요하게 묻습니다.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사탄의 시험은 모두 예수님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때로는 왜곡시키고, 때로는 부인하게 하고, 때로는 더 나은 것이 있는 것처럼 속입니다. 예수님은 이후로 더욱 더 고난받은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대속적 죽음인 십자가를 지셔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죽으셔야 합니다. 하나님의 모든 진노의 심판을 견디어야 합니다. 사탄의 끊임없는 유혹을 물리치셔야 합니다. 그 때 중요한 것은 자기 정체성입니다.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고난과 희생이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분명한 자기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시험을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처럼 우리도 여러 가지 고난과 시험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 때 예수님의 승리의 길이 우리에게는 모범이 됩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기 정체성, 혹은 ‘자존감’이 분명하면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무엇보다도 성도는 신앙 안에서 ‘나 됨’을 발견한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자녀’라는 놀라운 이름을 가진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정체’이고, ‘자존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