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의 삶을 안전하게 지켜주었던 두터운 담이나 견고한 울타리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계속될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고, 결코 무너질 수 없는 것들로 생각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것은 실력으로 이루어 낸 것들입니다. 어떤 것들은 내가 거기에 속해져 있기 때문에 주어진 것들입니다. 많고, 큰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평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어떤 것들입니다. 그 정도만이라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 안에서 평안할 수만 있으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불안할 때가 있습니다. 안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견고해 보였던 담이 기울어지고 있는 것을 보기 때문입니다. 울타리가 흔들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의 도전은 자주 너무 강력해서 안전을 보장했던 나의 담과 울타리는 보잘 것 없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나의 담은 ‘넘어지는 담’되고 나의 울타리는 ‘흔들거리는 울타리’처럼 되어버립니다.

그러할 때 ‘잠잠함’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불안한 것이 정상입니다. 해결할 능력이 아무 것도 없어도 해결을 위해 분주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평안할 수 없습니다. 두려워할 밖에 없습니다. 우리와 같은, 아니 우리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 속에서 다윗은 ‘잠잠합니다.’ 평안을 잃어버리지 않습니다. 두려움 속에 잠식되지도 않았습니다. 그의 ‘잠잠함’은 단순한 포기나 침묵이 아니라 하나님을 바라는 것을 포함합니다. 하나님을 바라기 때문에 잠잠할 수 있는 잠잠함입니다. 그것이 다윗의 믿음입니다. 다윗에게 하나님은 구원자였습니다. 견고한 요새였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반석입니다. 피난처였습니다. 갚아주시는 분이셨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그런 확실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잠잠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다윗이 믿는 하나님과 다르지 않습니다.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나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오는도다. 오직 그만이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원이시요 나의 요새이시니 내가 크게 흔들리지 아니하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