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길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갈 수 없고 물러설 수도 없는 암울한 현실 속에 처할 때가 있습니다. 인생을 누르는 압력이 너무 강해서 숨조차 쉴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홍해가 있는 광야로 하나님의 백성을 인도하십니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되돌아 갈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뒤에는 마음이 바뀐 바로가 애굽의 온 군대를 이끌고 코앞까지 와 있기 때문입니다. 홍해로 나아갈 수 없고, 애굽 군대와 싸울 힘도 없습니다. 앞으로 가도 죽음이고, 뒤로 물러서도 죽음뿐입니다.

이 때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가만히 있을지어다.” 이 말씀은 포기하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죽음에게 목을 내 놓으라는 말씀도 아닙니다.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결코 포기하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기다리라’는 말씀입니다. ‘보라’는 말씀입니다. ‘기대하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하실 것을 ‘믿으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는 결코 게으르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은 하나님께서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그런데 때로는 ‘가만히 있는 믿음’도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깊은 절망을 만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자포자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더욱 큰 믿음의 삶입니다.

오늘도 내가 할 수 없는 영역 속에서 ‘우리를 위하여 행하시는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바라봅니다.’ ‘우리를 위하여 싸우시는 하나님을 기대합니다.’